낙후된 동네의 주거 환경을 개선해주는 ‘도시 재생’사업이 전국 곳곳에서 진행 중입니다.<br /><br />무려 50조가 넘는 예산이 들어가는데요.<br /><br />그런데 어찌된 일인지, 정작 주민들은 반기지 않고 있습니다.<br /><br />그 속사정을 김철웅 기자가 취재했습니다.<br /><br />현장카메라 시작합니다.<br /><br />[리포트]<br />여기 오래된 동네가 있습니다. 정부와 지자체가 예산을 투입해서 동네를 바꿔준다는데 정작 주민들은 달가워하지 않습니다. 왜 그런지, 현장으로 갑니다.”<br /><br />서울 구로구 가리봉동.<br /><br />지난 2015년부터 도시재생 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.<br /><br />투입된 예산만 140억원.<br /><br />올해 말 마무리를 앞두고 동네가 나아졌냐고 물었습니다.<br /><br />[백종열 /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]<br />"뭣하러 했냐고 다 불만이죠. 도시재생 사업을 하면 좀 아름답고 살기 좋아야 되잖아요. 주거환경이 나아지거나 이런 게 없어요. 차도 못 들어가는 그 골목에다가 집수리만 해놓으면 뭐하냐고"<br /><br />한 주택 안에 수십 세대가 모여사는 이른바 벌집도 그대로입니다.<br /><br />변기만 있고 세면대 하나 없는 열악한 화장실도 여전합니다.<br /><br />“보통 20-30년이 넘은 집입니다. 얼마나 낙후됐냐면요. 길을 걷다보면 공용 화장실이 도로와 맞닿아 있습니다.”<br /><br />달라진 게 없는 건 아닙니다.<br /><br />주민 쉼터도 들어섰고, 집 수리비도 일부 지원됐습니다.<br /><br />올해 경우 도로 정비 등 시설비에 가장 많은 예산이 투입됐습니다.<br /><br />이 정도면 기존 SOC 사업을 활용해도 됐다는게 주민들 생각입니다.<br /><br />[동네 주민]<br />"골목 조금 깨끗해지고 그런데 1천억 원씩이나 그게 들어가나? 워낙 노후화 돼서 조금 페인트칠 해가지고는 안 돼. 어디 창문 하나 바꿔서 될 일이야?”<br /><br />이번 정부에서 국정과제로 채택된 도시재생 사업은 5년간 50조가 투입돼 대폭 확대됐습니다.<br /><br />최근 3년간 전국에 265곳이 선정됐는데 차라리 재개발을 허가해달라는 요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습니다.<br /><br />성남시 태평동은 두 가지가 한꺼번에 진행되고 있습니다.<br /><br />3동은 재개발 예정, 2, 4동은 도시재생인데 주민 반응은 극과 극입니다.<br /><br />[천영태 / 경기 성남시 태평동]<br />"옆에 1, 3동은 재건축 하겠다 해서 분위기가 좋아졌잖아요. 근데 바로 옆에 있는 우리는… 앞으로 주민들 반발이 굉장히 심할 거예요.(짒값이) 떨어진다면 주민들이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.”<br /><br />[구영식 / 경기 성남시 태평동]<br />"지금 나쁠 거 없잖아요. 재개발 되면 좋죠. 나도 아파트 가서 한 번 살아보고 싶습니다.”<br /><br />구도심을 정비해 경쟁력을 살린다는 취지를 살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.<br /><br />[이태희 /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원]<br />"주거 환경이 매우 불량한 경우에는 철거형 (재개발) 방식이 더 적합할 수도 있는데요. 주민들이 만족할 도시재생을 위해서는 지역 환경에 맞게 방식을 유연하게 정해야 합니다.”<br /><br />도시재생의 모범사례로 꼽히는 서울 금천구 박미사랑 마을은 주민참여가 핵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.<br /><br />충분한 소통을 거쳐 공동 육아와, 담장 허물기 사업등을 추진하면서 마을이 살아났습니다.<br /><br />[유영님 / 서울 금천구 시흥동]<br />"지저분한 게 좀 정돈이 됐다고 할까? (마을회관에) 연세드신 분들이 노래도 하고 거기서 많은 것을 즐기고 있어요."<br /><br />“아파트로 마무리되는 재건축과 달리 도시재생은 지역마다 특성을 살린다는 장점이 있습니다. 도시재생을 선정한다면, 지역 주민들이 수긍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 설정이 필요해 보입니다. 현장카메라 김철웅입니다.”<br /><br />woong@donga.com<br />PD : 김종윤 석혜란<br />영상취재 : 권재우